The story of the Raphael Angel

 

[인터뷰] 기분 좋은 '친구 봉사자'

작성자
raphael
작성일
2015-06-23 16:55
조회
3071

조한결 | 서강대학교 생명과학과


라파엘 창립 18주년을 맞아 ‘가브리엘상(진행봉사상)’을 수상한 조한결 봉사자. 3층 외과 접수팀장과 3층장을 맡아 매주 성실하고 유쾌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참 바른 청년, 조한결 봉사자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의사’라는 꿈
군복무를 하면서 저는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의사인 친형의 영향으로 막연히 생각해오던 의사의 꿈에 대한 확실한 동기를 얻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전역 후 한 달 뒤로 계획된 해외 의료봉사에 포상휴가까지 써가면서 면접을 보고 운 좋게 합격해 필리핀의 나보따스라는 빈민가로 의료봉사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너무 더러워 검은 물이 흐르는 강가 주변으로 빈틈없이 지어진 두 평 남짓한 허술한 판잣집이 촌을 이루고 있는데, 그 안에 열 명 정도의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집 옆의 가축우리에서 나오는 오물들의 냄새는 코를 찌르고, 화장실도 없이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축복을 달라는 의미로 제 손을 자신의 이마에 가져다대고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었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더 많은 도움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올라왔고, 열심히 의료진 선생님들을 도와 일했습니다. 그런데도 마지막 날이 되니 뭐라도 더 해주지 못한 게 아쉽고 속상했습니다. 그래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더 많이 도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의사가 되어 이곳에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이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한국에서도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더 봉사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유사한 의료 봉사를 찾던 중 이주노동자를 위한 무료 진료소인 라파엘 클리닉을 알게 되었고 기쁜 마음으로 일반봉사자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봉사는 ‘인간의 본성’
저에게 봉사는 제 삶 속에 녹아있는 당연한 것입니다. 사람이 의식하지 못하면서도 숨을 쉬거나 눈을 깜박이고 소리를 듣고 향기를 맡는 것과 같이 봉사는 제 생활의 단순한 일부분입니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생각하는데, 본성을 생각만 하며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봉사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인간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숨 쉬는 일을 잘 한다고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는 일이 없는 것과 같이 봉사를 하는 것을 자랑하거나 내세울 이유도 자랑거리로 삼을 필요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런 것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사회가 선한 본성을 억누르고 물질을 추구하도록 하고, 사랑하는 일보다 스펙을 쌓는 것을 당연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늘 떳떳할 수는 없지만 봉사를 하면 막혔던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기에 앞으로도 봉사활동에 열심히 참여할 계획입니다.

기분 좋은 ‘친구 봉사자’
저는 다른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주는 봉사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봉사자들이 힘들게 봉사하러 나온다기보다는 주말에 잠시 저를 만나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나올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여유가 된다면 아침을 거르고 오는 봉사자들을 위해 간단한 요깃거리나 커피 한 잔이라도 건넬 수 있는 편한 친구 같은 봉사자가 되려고 합니다. 환자들에게도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봉사자가 되어 라파엘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제가 정도 많고 말도 많아서 스스로 심심하지 않기 위해 친구처럼 쉽게 다가와 달라고 말씀드리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요. 봉사가 끝나고 혼자 밥 먹을 때의 그 서러움이란……. 정말 외로워요^^;

할머님의 든든한 ‘사과 한 쪽’
라파엘클리닉에서 봉사를 하다보면 자주 내원하시는 환자들의 얼굴을 기억하게 됩니다. 그 중 가장 기억나는 분은 중국에서 오신 할머니 환자분입니다. 이 분은 종종 접수 데스크로 오셔서 휴대전화 메시지 글자를 크게 보는 방법 등을 물어보시곤 하는 유쾌한 분입니다. 하루는 할머님께서 중요하게 연락 올 일이 있는데 휴대전화가 꺼져 걱정하시기에 충전기를 빌려드린 적이 있었는데, 다음 진료 때 오셔서 정말 고마웠다며 사과 한 개를 건네주셨습니다. 함께 있던 봉사자들과 함께 사과를 나누어 먹었는데, 사과 한쪽이 얼마나 배부르고 든든하게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아마도 사과 한 쪽에도 할머님의 진심이 담겨 있고, 봉사자로서의 보람이 가득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라파엘 가족들, 고마워요!
라파엘클리닉에서 봉사하면서 정말 즐겁고 좋은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열심히 나온 것 외에는 별로 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도 라파엘클리닉에서 상도 주시고, 수상하는 날에도 3층의 봉사자분들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꽃도 전해 받았던 것이 얼마나 감동이었는지 모릅니다. 앞으로도 라파엘클리닉에서 배운 사랑과 경험을 통해 평생에 걸쳐 더 많은 이들에게 봉사하고 보답하며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