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the Raphael Angel

 

[인터뷰] 나누는 손이 어색하지 않은 사람 - 염은애(포스코)

작성자
raphael
작성일
2015-05-29 16:55
조회
3620


화창한 봄 날씨, 라파엘의 문을 두드린 반가운 꼬마손님이 있었습니다. 커다란 눈망울에 귀여운 몸짓까지, 사무국은 모두 “다윤이 바보”가 되었습니다. 생애 첫 기부를 라파엘과 함께해 준 다윤이의 어머니는 과연 어떤 분일까요?

라파엘 독자들에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네 살 태윤이와 태어난 지 11개월이 된 다윤이의 엄마 염은애입니다. 저는 포스코 사회공헌그룹에서 일하면서 라파엘을 알게 되었고요. 다윤이의 첫 생일을 맞아 돌잔치 대신 더 의미 있는 나눔을 하고자 라파엘에 들렀습니다.

돌잔치 대신 선뜻 나눔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리부부는 아이들이 나누는 손이 어색하지 않은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요. 어려운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 낯설지 않은, 나눔이 습관처럼 삶에 배어 있는 어른으로 자라나기를 기도고 있고요. 그래서 쥐는 것보다는 놓을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고, 욕심이라면 많이 가져서 더 많이 나눌 수 있었으면 해요. 그러니 돌잔치보다 기부를 선택한 것이 당연한 일이에요.
다윤이가 나중에 왜 자신은 돌잔치를 해주지 않았는지 물어온다면, 이렇게 말할 거예요. “너에게 돌 선물로 줄 장난감을 사는 대신 어려운 이웃의 손을 잡아 주었어.”

다윤이의 생애 첫 기부를 라파엘로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다윤이의 나눔이 어떻게 쓰이기를 바라시나요.
포스코 사회공헌그룹은 라파엘인터내셔널의 초창기부터 지원을 해왔어요. 그래서 라파엘이 어떤 일을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죠. 여러 기관과 사업을 해왔지만 라파엘을 더 애정했던 이유는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단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라파엘의 봉사자, 실무자들은 자기 것을 나누는 데 인색하지 않았어요. 누구하나 희생이라고 여기지 않고, 자신의 시간과 노력, 물질을 내어놓으시더라고요. 그러면서도 절실한 사람들에게 너무나 편안하게 나누어주는 분들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이를 낳고 보니 치료받지 못한 어린 아이들에 대해서 안타까움이 더 크지만, 의료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것이니 어느 곳에 쓰여도 개의치 않아요. 다윤이의 작은 나눔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어요.

라파엘과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다문화 합동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다문화가정 여성들의 친정 부모님들을 한국으로 초대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알게 된 방글라데시 여성이 있었는데, 19살에 한국으로 시집와서 7년 만에 부모님을 처음으로 만나는 거였죠. 그런데 어머니의 눈이 보이지 않으시더라고요. 도움을 드리고 싶은데 체류가 허락된 시간은 너무 짧고, 정말 막막했어요. 그래서 업무와 상관없이 무작정 라파엘클리닉에 모시고 가서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아 검사를 했었죠. 시신경이 모두 죽어서 결국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모두가 라파엘에 감사했던 기억이 나요.

다문화 여성에 대한 마음이 특별하신 것 같은데요.
특히 딸을 낳고 보니 다문화 여성들에 대한 마음이 더 애틋해져요. 새로운 생명이 세상에 나오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아이에게 집중되거든요. 그때 유일하게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은 엄마 한 사람이에요. 다문화 여성들은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는데, 어느 누가 이들의 마음을 보살펴줄까 생각해보면 마음이 아프죠.
사실 ‘다문화’라고 굳이 나누어서 마치 열등한 존재를 보는듯한 사람들의 태도를 싫어해요. 우리는 결코 다문화가정 여성을 무시할 수 없어요. 오히려 용감한 사람들이죠. 말도 안 통하는 이국땅에 와서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하는데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가진 생활력이나 정신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을 만들어 주어야하고요. 실제로 다문화가정 여성들을 만나보면 굉장히 명량하고, 똑똑하고, 생활력이 강해요. 단지 한국말이 서툰 것이니 우리사회가 교육이나 일자리와 같은 기회를 준다면 큰 역할을 해내리라고 믿어요.

마지막으로 모든 ‘엄마’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더 많은 엄마들이 나눔에 동참했으면 좋겠어요. 여자는 아이를 낳으면,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내가 살았던 세상보다 더 좋은 세상이기를 꿈꾸잖아요. 저도 엄마가 된 후 불쌍한 아이들이 더 많이 보이게 되고, 지나가는 아이도 그냥 못 지나치게 되더라고요. 생명이 탄생했을 때 그 생명이 또 다른 생명을 품을 수 있도록 하는 일, 내 아이 한 명을 낳을 때 다른 아이 한 명을 구할 수 있는 그런 일을 우리 엄마들이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다윤이가 어머니의 바람대로 나누는 손이 어색하지 않은 사람으로 건강하게 자라나기를 라파엘 사무국도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