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천사 이야기

[인터뷰] 필리핀 봉사자 후기 - 정지정 에스테르(서울대학교 의과대학•간호대학 가톨릭 학생회)

작성자
raphael
작성일
2017-04-25 11:11
조회
4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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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 좌충우돌의 병원실습을 하며 내내 그리웠던 라파엘에서의 소중한 추억과 집행부가 끝난 후의 서운한 마음은 내게 필리핀 겨울 진료에 참여하고 싶단 마음을 갖게 했다. 이렇게 따라나선 필리핀에서의 첫 기억은… 한밤중에 도착한 Sisters of Mary School 하늘을 한가득 메운 수많은 별들과, 다음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보게 된 여학교의 어마어마하게 잘 가꾸어진 정원이었다. 순간 의료봉사를 하러 온 것인지, 따뜻한 휴양림을 찾아 휴가를 떠나온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이렇게 난 놀라움 속에서 첫 예진을 시작하였고, 봉사를 하겠다 온 곳에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많은 힐링을 받고 있는 날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신기하고 예쁜 곳에서의 봉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밌고 행복했다.
나흘간의 진료가 모두 끝난 마지막 날, 난 아쉬운 마음에서인지 유독 일찍 일어났고, 마침 근처에 계시던 현지 수녀님과 산책을 하며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사실 Sisters of Mary School은 필리핀에서도 극빈층에 해당하는 가정의 아이들을 데려다 직업교육을 시키는 직업 기숙학교였다. 6년간의 교육이 끝나면 아이들은 직업을 갖고 가정으로 돌아가 한 집안의 든든한 가장이 되는 시스템이었는데, 그중 하우스 메이드 교육과 정원사 교육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아이들은 매일 아침 일어나 조그마한 손으로 나무를 다듬고 돌을 색칠하며 정원을 꾸며왔고, 꽃에는 물을 분수는 걸레질로 광택을 내가며 캠퍼스를 가꾸고 있던 것이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휴양림처럼 예쁘다며 좋아만 했던 내가 매우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재작년에 이어 이번 5일간의 필리핀 생활은 또한번 내게 큰 깨달음을 주는 계기가 되었다. 세상에는 내가 미처 모르고 지나치는 일이 참 많다는 것도, 단순해 보이는 일 뒤에는 생각지 못한 깊은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다시 한 번 일깨우게 됐다. 필리핀 봉사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게 있다. 나와는 다른 상황에 처해있는 Filipino의 삶을 알아가고 잠시나마 체험하며, 나와 남이 얼마나 다르며 그러한 차이점 덕분에 내가 그들을 위해 어떠한 사람으로 성장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조금이나마 배워가는 것 같다.
이번 봉사를 통해 다시 한 번 존경하는 선생님들.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는 점에 너무나 행복하고,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지나갈 뻔한 일에 대해 알게 된 점도, 또한 이로써 갖게 된 많은 생각에 대해서도 정말 감사하다. 항상 그렇듯, 봉사활동은 사실 내가 더 힐링을 받는 참 소중한 행위인데, 함께하는 즐거움을 깨닫게 하여 사람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카사의 일원이란 게 정말 뿌듯하고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