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천사 이야기

[인터뷰] "봉사하는 삶, 바로 제겐 기쁨입니다." 건국대 신경외과 고영초 교수

작성자
raphael
작성일
2019-12-30 09:41
조회
2352

 "봉사하는 삶, 바로 제겐 기쁨입니다."


건국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고영초 교수


Q. 안녕하세요 교수님. 라파엘클리닉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오랜 기간 동안 봉사진료를 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의료봉사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원래 제 어릴 때 꿈은 신부님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가족이 모두 천주교 신자라, 부모님께서는 아들 중 한 명을 신부님으로 키우고 싶으셨나 봐요. 저도 신부님이 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러겠다고 했고, 자연스럽게 신학교로 진학하여 5년을 수학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갑자기 일반고로 전학을 가게 되면서 제 삶의 진로가 달라졌습니다. 고2때, 처음으로 대학교 예비고사 제도가 시행되었는데,신학교에 있던 고3 선배들이 예비고사에 줄줄이 낙방을 하는 겁니다.그래서 신학교의 커리큘럼과 일반학교의 커리큘럼에서 차이가 있음을 느꼈고, ‘일반학교에서 공부를 해 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마침 근처 새로 개교한 고등학교에 편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저는 고3생활을 일반고등학교에서 하게 되었죠. 새로운 학교에서 적응을 잘 한 덕분인지 저는 서울대 의대에 지원해 합격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한번에 합격하리라곤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합격을 해서 정말 기뻤죠. 그리고 동시에 하느님께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신부가 되려고 신학교를 다녔었는데……이 모든 게 하느님의 뜻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저에게 원하시는 게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다가 제가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라고 이런 기회를 주신 것 같아서 본과 1학년 때부터 서울대학교 가톨릭 학생회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Q. 그렇다면, 라파엘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요?

A. 라파엘과의 인연은 97년도에 안규리 선생님이 라파엘클리닉을 설립하게 되면서죠. 제가 CaSA(서울대학교 가톨릭학생회) 역대 회장이었으니까 아는 후배들이 많았습니다. 그걸 잘 아셨던 안규리 선생님께서 저에게 도움을 요청 하셨습니다. 어떻게 또 도와주지 않을 수 있나요? 다행히 라파엘클리닉은 매주 일요일에 문을 열기 때문에 전진상의원, 요셉의원과 봉사요일이 겹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혜화동성당 백동관에서 라파엘클리닉의 첫 번째 의료봉사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Q. 꾸준히 오랫동안 봉사활동 하기가 쉽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A. 성격이 그런 것 같아요. 한번 발을 들이면 빼지를 못하는 성격이에요. 마음이 약해서일까요? (하하)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봉사활동을 해 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봉사활동이 주는 잔잔한 기쁨이 있습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의료봉사를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아요. 또한 제가 이렇게 여러 곳에서 의료봉사를 하는 것을 가족들이 다 이해해 준 점도 크게 작용하지요. 가족들의 전적인 이해가 없다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Q. 봉사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으신가요?

A. 봉사를 하면서 기억나는 환자는 정말 많아요. 그 중에 가장 기억나는 환자는 척추 종양을 가지고 있는 환자였어요. 처음에는 종양이 있는지 모르고 진찰을 하는데 다리와 허리가 아픈 환자다 보니 대소변 뒤처리를 잘 못해서 몸에 악취가 심했어요. 제가 귀찮은 마음에 그냥 육안으로 보고 일반적인 진료를 했더라면 그 환자가 종양이 있는지 알지 못했을 거예요. 그렇지만 바지를 벗기고 진찰을 해 보니 척추에 종양이 발견되어서 수술을 했고, 다행히 환자는 건강을 회복했습니다.가장 보잘것없는 이에게 너희가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성경구절이 있습니다. 제가 그때 마침 주일 미사에서 그 말씀을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 환자를 더 꼼꼼히 진찰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나 봐요. 그 환자 이외에도 출혈이 많은 환자를 제가 근무하는 병원에 데려가서 30시간 수술 끝에 살렸던 경험도 있고……정말 많은 환자들을 만났던 게 생각납니다.

Q. 의료봉사 이외에, 라파엘의 교육사업 중 하나인 ‘시니어 아카데미’의 자문위원장을 맡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시니어 아카데미’는 무엇이며,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나요?

A. 시니어 아카데미는 올해 4월부터 시작한 라파엘의 교육사업 중 하나입니다. 국내외 의료소외계층에 대한 체계적인 의료서비스가 정착되게끔 많은 경험을 가진 시니어 의료인들이 직접 참여하여 조직적인 사회봉사 활동을 준비하는 등 소외계층 전문 의료인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과정입니다. 얼떨결에 자문위원장을 제의 받고 고심했지만, 시니어 아카데미의 취지를 듣고는 수락을 했습니다. 저는 자문위원장을 맡으면서 강의 커리큘럼 기획 및 강의주제를 선정하는 일과, 시니어 아카데미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방안을 자문위들과 회의를 통해서 결정하는 등의 활동을 합니다. 인생을 정말 행복하게 사는 비결 중 하나는 내가 가진 것을 남과 나눌 때라고 생각을 하는데, ‘의사’라는 직업은 다른 어떤 직업보다도 남을 위해 봉사하는데 굉장히 유리한 직업이라고 생각을 해요. 재능을 가지고 있고 더군다나 시니어가 되고 은퇴하면 시간도 여유로워지고…… 모든 것이 다 있을 때 그 동안 하느님으로부터 받았던 재능을 어려운 소외계층을 위해 펼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요? 그러니 시니어 의료인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 드리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봉사’란 어떤 것일까요?

‘봉사’는 자신이 태어난 목적을 달성하고 세상을 좀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건국대학교 학장을 맡을 당시 사회봉사교과목 커리큘럼을 신설하여 의술을 배워가는 단계에 있는 학생들에게 ‘봉사활동’을 접해보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일단 봉사활동을 경험해 보면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잡게 되고 계속해서 살면서 봉사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거든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는 말이 있듯이 어릴 적부터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면 계속 활동을 하며 습관이 되고, 그 습관대로 하다 보면 봉사활동이 주는 기쁨을 알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