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천사 이야기

[인터뷰] 이해인 수녀와 함께하는 '시와 삶의 이야기'

작성자
raphael
작성일
2019-09-03 11:44
조회
187
ROSA(Raphael Open Social Academy)

이해인 수녀와 함께하는

'시와 삶의 이야기'

 


7월 14일, 라파엘 인문학 아카데미 ROSA(Raphael Open Social Academy)는 수도자이자 시인으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이해인 수녀와 함께 ‘시와 삶의 이야기’를 주제로 서울대학교병원 김종기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해인 수녀는 2008년 대장암 수술 이후 투병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고통과 깨달음을 담아낸 시집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에 수록된 ‘파도의 말’을 청중들과 함께 낭송하며 이날의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강의 중간에는 수녀님의 시를 노랫말로 담은 크로스오버 듀오 ‘메타노이아’의 노래도 더해져 더욱 풍성한 강의가 되었습니다. 수강생 A씨는 “요즘 말로 상처 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힘들었는데, 수녀님께서 쓰신 시를 읽으며 강의를 들으니 마음이 평온해졌습니다”라며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 날 강의에는 220여 명이 객석을 가득 메워 따뜻한 치유의 시간을 나눴습니다. 이해인 수녀님과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이 날 강의에 소개되었던 몇 편의 시와 함께 이해인 수녀의 말씀을 전합니다.

파도의 말


울고 싶어도 못 우는 너를 위해


내가 대신 울어 줄게


마음 놓고 울어 줄게


오랜 나날


네가 그토록 사랑하고 사랑 받은


모든 기억들 행복했던 순간들


푸르게 푸르게 내가 대신 노래해줄게


일상이 메마르고 무디어질 땐


새로움의 포말로 무작정 달려올게


  저는 어릴 때부터 유독 바다를 좋아했습니다. 중학교 3학년때, 바다를 보며 수도자의 길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제 필명인 ‘이해인’이라는 이름도 바로 부산 광안리 바다에서 따왔습니다. 바다 해(海)자를 넣고, 논어의 글귀처럼 수도자의 모습은 어진 덕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어질 인(仁)으로 지은 것입니다. 조금 전에 낭송한 ‘파도의 말’은 본격적으로 수도생활을 시작할 무렵, 처음에 바다를 보면서 이렇게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며 쓴 시입니다. 또한 제가 암 수술을 마치고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문병오신 분들이 저에게 읊어달라고 한 시이기도 합니다. 울고 싶어도 못 울고 위로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서 읽어 드렸습니다.

기쁨의 맛


바람에 실려


푸르게 날아오는


소나무의 향기 같은 것


꼭꼭 씹어서 먹고 나면


더욱 감칠맛 나는


잣의 향기 같은 것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대하고 사랑할 때의


평화로움 같은 것


누가 나에게 싫은 말을 해도


내색 않고 잘 참아 냈을 때의


잔잔한 미소 같은 것


날마다 새롭게


내가 만들어 먹는


기쁨 과자, 기쁨 초콜릿,


기쁨 음료수


그래서 나는


평생 배고프지 않다


메타노이아수녀님-1

이해인 수녀님의 고운말 차림표


① 아무리 화가 나도 막말은 하지 말자


② 비교하는 말을 할 땐 신중하게 하자


③ 나에게도 남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푸념, 한탄, 불평은 자제하자


④ 애덕을 가지고 상대방의 말에 맞장구치자


⑤ 사람이든 사물이든 함부로 비하하는 말을 삼가자


⑥ 농담이나 유머를 지혜롭게 하자


⑦ 비록 흉을 보더라도 좀 더 고운 말로 순화시켜서 하자


⑧ 자신을 표현할 땐 잘난 체하지 않는 겸손함을 지니자


⑨ 때와 장소에 맞는 말을 하자


⑩ 기분 좋은 상징 언어들을 자주 사용하자


 

제가 쓴 <고운 마음 꽃이 되고 고운 말은 빛이 되고>에 실린 ‘고운말 차림표’예요. 그 중 저는 1번을 강조하고 싶어요. 요즘 우리 말이 너무 강해졌다고 느낍니다. 정치인들의 말들도 그렇고요. 수녀님, 신부님들 조차도 말을 거칠게 하실 때가 있지요. 인터넷 문화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너무 성급해져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어떤 글에도 썼지만, ‘오늘은 어제 내가 사용한 말의 결실이고, 내일은 내가 오늘 사용한 말의 열매이다’라는 말이 있죠. 성숙한 사람이 되어야 해요. 말을 막 하게 되면 자신의 인격이 깎이는 것을 알아야 해요. 저는 그래서 고운 말에도 차림표가 있다는 마음을 표현해서 이 ‘고운말 차림표’를 만들었어요. 아무리 화가 나도 극단적인 표현을 하지 않기 위해서 각자가 자신의 말 매뉴얼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대로 실천이 잘 안될 수도 있지만 수련을 해야 합니다. 나름대로의 구체적 메뉴를 가지고 말을 하게 되면 점차 실수가 훨씬 줄어들게 될 거예요. 각자의 ‘고운말 차림표’를 만드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