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천사 이야기

[인터뷰] 사랑의 마음으로 - 두산 박용만 회장

작성자
raphael
작성일
2015-01-20 16:55
조회
2865


박용만 | 두산그룹 회장

‘사람’에 대한 믿음으로 100년을 이끌어온 두산

두산은 가장 오래 됐으면서 가장 청년 같은 회사입니다. 경영철학의 중심에 ‘사람’이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의 출발점은 제품이나 기술이 탁월한 가치기업도 쓰러져 가는 경우가 많은데, 제품과 기술을 만드는 ‘사람’에 투자하는 회사는 제품과 기술을 바꿔가면서 끊임없이 성장한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사람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인 연속성,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는데 가장 첫걸음이라는 것이죠. 그것은 100년 넘은 역사를 가진 회사로서 실존적인 경험에 의해 가질 수밖에 없는 생각인 겁니다. 현재 두산의 4만 4천명 직원 중 2만 1천 명이 외국인입니다. 그러다보니 지역,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결국 그것을 표방하는 사람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인간 중심의 경영을 하는 것이 제품, 기술, 역사, 공간, 문화를 가로지르는 하나의 축으로 전체를 끌고 갈 수 있는 철학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죠.

전 세계 두산인들의 ‘봉사의 날’

한 10년 전쯤 건강이 굉장히 나빴습니다. 척추수술을 4번을 하고 3년을 거의 장애인처럼 살았습니다. 몸이 그렇다 보니 더 먼 미래가 왔을 때 내가 무엇을 후회할까 생각을 하게 되고,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생각을 오래하니 남는 생각이 결국은 나누면서 사는 것이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신앙이 점점 깊어지면서 교리의 말씀처럼 그늘에 있는 사람을 돌보라는 말씀에 가까이 가게 되었습니다.
봉사를 위한 여러 고민을 하다 전 사업장에서 같은 날 동시에 봉사활동을 하자는 제안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교조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 사업장에서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서 도움이 되는 무엇인가를 찾아서 봉사를 하자는 것이었죠. 감사하게도 직원들의 호응이 꽤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일 년에 두 번, 봄과 가을에 나눔의 축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목수

봉사의 날에 두산 지주부문의 직원들은 결손가정을 위한 가구를 만들었습니다. 직원들이 직접 집집마다 방문해서 어떤 가구가 필요하지 파악하고, 어디쯤 놓을지 이야기를 듣고, 그 자리를 실측하고 사진을 찍어 전문가들과 의논했습니다. 제가 만든 책상과 책꽂이는 중학생 손자 두 명과 함께 사는 할머니 댁에 놓였습니다. 사실 만드는 것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마리아수녀회의 아이들이 쓸 책장이나 벤치를 만들기도 하고, 화초를 기를 수 있는 상자도 만들고요. 아주 즐겁습니다. 한 5시간쯤 뚝딱 거리고 만들면 아무 잡념이 없습니다. 또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사회에 대한 책임

혹자는 우리나라의 양극화, 또는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 때문에 기업들이 상당수의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상쇄하기 위한 행동으로 소외계층을 돌보고 나눔의 활동을 하는 것이라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어떤 형태가 되었건 지속가능한 경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크면 클수록 사회에 대한 책무의 완수라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는 생각을 합니다. 방어적 수준의 의무가 아니라 훨씬 큰 수준의 공헌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설사 사람들이 위선이라 할지라도 그런 시선 때문에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도태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이라는 것이 제 믿음입니다. 치워내지 못해 구습에 의한 실수가 있다하더라도 한쪽에서는 그것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한 쪽에서는 조금 더 앞서서 생각해서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결국에는 미래에 한발 더 앞서나가는 것이다 생각합니다.

교황님의 평화의 메시지

교황님께서 우리나라에 오셔서 무척 행복했습니다. 이동하시는 곳곳마다 쫓아다니며 모든 말씀을 기록하여 다시 읽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교황님께서 강조하신 ‘교회의 타락’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의도하지 않던 사이에 ‘나’라는 사람, 우리 같은 사람들의 존재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이 교회를 배척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 같은 사람은 존재자체가 옆에 있는 사람을 상처 줄 수 있는 사회이니까요. 교황님께서 다녀가시면서 그런 점이 정말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지금 우리나라처럼 분단과 갈등의 중심지가 없습니다. 이 사회 내에서는 동서, 신구, 좌우의 갈등과 대립이 있고, 조금 더 나아가면 남한과 북한이 대립하고, 조금 더 나아가면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이 서로 대립하고 있고, 미국의 이해와 중국의 이해가 충돌합니다.  이런 이유로 교황님께서 우리나라에서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아침마다 걸어서 출근을 하는데, 거리를 보면 우리 사회가 겉으로 보는 모습보다 굉장히 힘들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도 너무 많고, 널린 고통은 말도 못합니다. 우리는 우리나라 내부의 문제를 더 돌봐야합니다. 다문화 가정도 현재 100만 명이나 되니 다문화라는 지칭이 어울리지 않고 이제는 우리 국민입니다. 이주노동자 역시 이 땅에 오셔서 일하시는 분들이고, 그 분들 덕분에 우리 국민이 도움을 받고 있으니 고마운 분들입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미워하는 적개심을 좀 줄였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대기업에 대한 미움이 많습니다. 기업에서 잘못을 많이 저지르기도 합니다. 그래도 자수성가한 부자들이 많았다면 지금과 같지는 않았을 겁니다. 반대편에서 노동운동하시는 분들, 진보적인 분들을 보면 대변해달라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겠지요. 그건 현실입니다. 그런데 적개심을 가지고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2015 라파엘, 사랑의 마음으로

젊은 친구들, 특히 라파엘 봉사자분들은 봉사도 열심히 하고, 사랑의 생각으로 라파엘클리닉의 문을 열었다면 사랑의 생각으로 사회를 봤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옳고 그른 것이 존재해야지 내말이냐 네 말이냐가 대립하기 시작하면 사회는 영원히 진보하지 못하니까요.
새해에도 라파엘을 찾는 모든 분들의 마음과 가정의 평화를 바라며,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끊임없이 나눔의 손길을 건넬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