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the Raphael Angel

 

[인터뷰] 초심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 -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전공의, 이선화

작성자
raphael
작성일
2014-04-22 16:55
조회
3787


2009년 10월부터 격주 일요일마다 동두천 진료소 내과 진료를 맡아 주시는 서울대병원 신장내과팀. 우리 몸에서 가장 복잡한 기관인 신장을 다루는 만큼 꼼꼼한 진료로 환우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십니다. 그 중 한 분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이 있다면 주저 없이 손을 내밀겠다는 이선화 선생님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인연***

서울대학교 신장내과에서는 전임의 선생님과 전공의들이 격주 일요일마다 동두천 라파엘클리닉에 방문하여 진료를 보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해 5월 어느 일요일, 동두천 진료소로 처음 향했습니다. 따뜻한 봄바람을 맞으며 설레는 마음으로 두 시간 정도 차를 달렸습니다. 주변에 도착했지만 진료소를 찾지 못해 골목길에서 서성이다가 진료소로 전화를 했습니다. 위치를 재확인하고 왔다갔다를 몇 번 한 후 도로변에 있는 ‘샬롬하우스’라고 쓰여 있는 다소 오래되었지만 따뜻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낡은 책상과 컴퓨터, 크레파스 그림들, 학용품들, 오래된 소파가 첫 방문의 긴장감을 녹여주었습니다. 이미 대기실에는 진료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학생 봉사자들의 친절한 안내와 따뜻하고 달달한 커피 한 잔은 동두천 진료소의 첫인상이 되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일***

한국말도 영어도 서툰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진료실로 들어와 힘든 부분을 얘기하곤 합니다. 만성 기침, 속 쓰림 등 다양한 증세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어깨와 무릎 통증을 가장 많이 호소합니다. 언제부터 그러한 증세가 있었는지, 주로 어떠한 상황이 통증을 악화시키는지 묻다보면 작업 현장에서 과중한 업무로 생긴 증세가 대부분입니다. 어떤 환자는 일을 할 때 항상 특정 화학 물질에 노출이 되어, 어쩔 수 없는 흡입으로 인해 잦은 기침이 생기고 건강이 악화되는 것 같다면서 이를 위한 해독약 처방을 원하기도 하셨습니다. 최대한 근육을 쓰지 말고 쉬라는 말, 화학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피하라는 말이 의학적으로 해드릴 수 있는 최선의 답이지만 그 최선의 답이 그분들께는 참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말은 쉽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않는 그 말이 오히려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보람***

진료를 하면서 시원한 해결책을 드릴 수 없을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감사한 순간들도 있습니다. 한 환자분의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한국에 라파엘클리닉과 같은 단체가 있다는 것이 정말 놀랍고 좋은 일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God bless you, God bless Korea” 라고 말씀하시면서 두 손을 모으던 것이 생각납니다. 비록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처럼 극적으로 생명을 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요일 짬을 내서 하는 진료의 한 순간 한 순간이 이 분들께는 작은 희망이 될 수 있고 소외된 마음에 따뜻한 온기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바람***

라파엘클리닉에서의 진료는 의사로서의 초심을 돌아보게 합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학생시절 당연한 삶의 목표 중 하나였는데 바쁜 일상을 핑계로 잊고 지냈음을 깨닫습니다. 현실을 핑계로 아름다웠던 꿈을 꼬깃꼬깃 접어두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해준 라파엘클리닉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러한 시간을 계기로 초심으로 돌아가 어려운 이웃을 늘 기억하며 살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