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the Raphael Angel

 

[인터뷰] 사랑의 파장 -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청)

작성자
raphael
작성일
2016-01-27 16:55
조회
3254


강우일 베드로 주교님은 1997년 라파엘클리닉의 첫 진료 장소인 천주교 혜화동 성당을 찾는 환자수가 늘어나 진료 공간이 비좁아지자 봉쇄구역인 가톨릭대학교 신학교의 문을 열어주셨고, 치유의 천사 ‘라파엘’의 이름을 빌려 ‘라파엘클리닉’의 이름을 명명해 주신 분입니다.
초창기부터 라파엘 사랑의 역사를 함께 써온 강우일 베드로 주교님을 만났습니다.

* 주교님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한반도 최남단에서 세계자연유산 지키며 아직은 맑은 공기 마시고 잘 지내고 있답니다. 그런데 제주는 요즘 아시다시피 땅값, 집값이 치솟아 집 없는 사람들이 앞으로 바다로 밀려나면 어쩌나 염려하고 지낸답니다. 중국 사람들이 땅 값을 올리는데 앞장서긴 했지만, 중국 사람들만이 아니라 서울을 비롯하여 육지 사람들이 몰려와서 묻지마 투자를 하기에 셋방살이하는 제주도민은 장래가 대단히 난감하게 느껴진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현 제주공항이 포화상태라서 제2공항을 건설해야 된다고 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은 조상 대대로 농사짓고 살던 정든 고향 떠나서 어디로 가라는 이야기인지, 모두 결사반대를 표명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이미 한 해에 1,300만 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찾는 통에 제주도 주민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이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지요. 공항 하나 더 생겨서 2,600만 명 이상이 쏟아져 들어올 때 제주의 자연과 문화가 보존될 수 있을지 심히 염려된답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검은 오름’ 같은 곳에는 하루 방문객을 2백 명까지로 제한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대한민국 자연 최고의 보석과 같은 제주도를 한 해에 수 천만 명이 휩쓸도록 하는 것이 과연 용납될 수 있는 일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기회 닿을 때마다 제주의 바다와 돌과 숲을 지키자고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답니다.

* 라파엘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셨는지요?
제가 가톨릭대학교 총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라파엘클리닉의 의사 선생님들이 찾아오셨지요. 외국인 진료 활동을 전개하려 하는데 장소가 없다며, 도움을 청해 오셨지요. 그때 가톨릭대학교는 혜화동 성신교정에 대학교 본부 사무실을 두고 있었는데, 주말에는 여유 공간이 생기기에 그곳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동의하였지요. 그곳에서 얼마 동안 이주노동자들의 진료 활동이 계속되었는데, 오래지 않아서 대학교 본부가 강남성모병원 안의 가톨릭중앙의료원 건물로 이전하게 되고, 혜화동 본부 사무실이 있던 건물은 은퇴 사제들과 특수사목 사제들의 숙소로 재건축하게 되었고요. 그래서 라파엘이 갈 곳이 없어졌답니다. 고민 끝에 동성학교의 협조를 받아, 동성학교 강당 로비와 복도를 라파엘 진료 공간으로 할애하게 되었습니다.

* 주교님께서 기억하시는 라파엘의 초창기 모습은 어떠했나요?
제가 보기에 대한민국 최고의 의료진이 대한민국 최악의 진료 여건에서 맨 손으로 시작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여름에는 난방 완비, 겨울에는 냉방 완비라는 참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불평 한 마디 하지 않고 묵묵히 주일마다 진료에 기쁘게 임하시는 의료진을 비롯하여 자원봉사자 여러분의 헌신적인 노력에 그저 고개가 숙여질 따름이었습니다. 모두 한 주간 내내 바쁘게 일하시는 분들이 주말 하루 얻는 휴식 시간을 기쁘게 반납하고 온종일 꼬박 밀려드는 환자들을 묵묵히 맞이하시는 모습이 여러 사람들을 라파엘로 자석처럼 끌어들이는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시다면?
저도 해마다 창립 기념일 같은 날 함께 미사 지내고 봉사하시는 분들과 함께 친교를 나눈 기억이 납니다만, 가장 생각나는 건 라파엘 식구들과 함께 북한산으로 산행하였던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 앞으로 라파엘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요?
한국의 의료 분야는 아시아에서 최고 수준이니 어려운 나라 병자들 위해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미 몽골, 네팔 등 아시아의 어려운 나라 환자들을 위해 무료진료 활동을 추진하고 계시니 정말 자랑스러운 마음입니다. 일시적으로 잠시 다녀오는 방문 진료가 아니라, 현지의 의료인들이 스스로 자국 환자들을 치료해 낼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내기 위한 지속적인 의료 지원과 양성 시스템이 마련되고 있음이 무엇보다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후진국에 시혜적인 의료 지원이 아니라 형제적, 동반자적 지원이 성사되고 있음이 그리스도교적, 복음적 의료 활동의 진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러한 복음적 시각과 자세가 참으로 소중하고 가치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님께서 많이 기뻐하시리라 믿습니다.

* 라파엘 벗들에게 신년인사 부탁드립니다.
라파엘의 형제자매들에게 주 하느님의 새해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라파엘의 모범 덕분에 서울만큼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이곳 최남단 제주에서도 벌써 여러 해 전부터 매주일 이주노동자들, 다문화가정 식구를 위한 무료진료 활동을 계속하고 있답니다. 라파엘의 사랑의 파장이 전국 곳곳으로 공명을 일으켜 나가기를 축원합니다.

* 그 밖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단체 기념사진을 찍을 때, 주먹 치켜들고 찍는 전투적 자세 말고, 손이 심심해 어쩔 줄 모른다면 차라리 옆 사람과 어깨동무를 하든, 하이파이브 포즈를 취하든 좀 더 평화적 제스처를 보이는 게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