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the Raphael Angel

 

[인터뷰]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 김혜자 봉사자

작성자
raphael
작성일
2015-03-24 16:55
조회
3522

김혜자 | 서울대병원 라파엘 환경봉사팀 팀장


라파엘의 아침을 여는 사람들
우리 봉사팀은 서울대병원 여성봉사자들이 봉사에 뜻을 두고 모여 자녀와 남편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7년 전 동두천 분소가 생겨날 때 라파엘클리닉의 대표이사이신 안규리 선생님께서 제가 속해있는 봉사팀이 함께해줄 수 있는지 물어오셨습니다. 새롭게 봉사할 곳이 생겼다는 것은 무척 기뻤지만, 거리가 멀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팀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사실 걱정이 되었어요. 그런데 모두 선뜻 기꺼이 봉사하고 싶다고 나서주었습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동두천 분소에 가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라파엘과 인연을 이어오게 되었습니다. 나태해지기 쉬운 일요일 아침 서둘러 동두천으로 출발해 진료소를 청소하고 환자기록을 정리하며 분주하게 보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러다 우리와 함께 봉사하던 건국대병원 봉사팀만으로 운영이 수월해지자 동성고등학교 복도 진료소에서 환경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6명 정도의 서울대병원 여성봉사자들과 가족들이 함께 나와 진료소 곳곳을 쓸고 닦으며 가장 먼저 라파엘의 아침을 준비합니다.

일상의 이야기들
봉사를 하는 매 순간의 기억이 소중합니다. 진료가 시작되기 전부터 일찍 오셔서 기다리시는 환우 분들이 밝게 웃으시며 “안녕하셨어요?” “수고하시네요.”라고 인사를 건네 오실 때, 어려운 타향살이와 건강하지 않은 육체에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참 아름다워 보입니다.
얼마 전에는 엄마를 따라온 아이에게 먹을 것을 주었는데, 거절도 안 하고 덥석 받아가서 먹더니, 더 먹고 싶은지 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더 줄까?” 물었더니 그 맑은 눈으로 활짝 웃어 보였습니다. 얼마나 먹고 싶었을까 하는 마음에 뭉클하였습니다.
제가 간직하고 싶은 기억들이 어쩌면 굉장히 평범할지 모르지만, 라파엘에서 봉사를 지속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바로 이런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입니다.

변함없이 함께해주기를
우리 봉사팀이 건강하고, 변함없는 마음으로 라파엘과 함께해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팀장을 믿고, 어떤 일이든 솔선수범 임해주는 팀원들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사랑합니다.
개인적인 바람은 얼마 전 봉사를 마치고 적었던 시 한 편으로 대신합니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김혜자

어떠한 만남은 잠시 스쳐 가는 인연,
헤어지는 나의 뒷모습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행복한 희망을 주었던 사람...
가슴 설렘으로 스며들었던 사람...
혹은 원수처럼 미웠던 사람...
가슴 여미듯 시린 상처만을 남게 했던 사람...
모든 사람에게 나는,
뒷모습이 이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헤어짐과 이별,
그것만으로도 삶은 살을 여미는 슬픔이기에
서로에게 아픈 말보다는
기억에 남을 추억과 그리움을 주고 싶다.

살면서 문득문득 나를 추억할 때에
작은 미소가 입가에 번지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고 싶다.

2015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