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the Raphael Angel

 

[인터뷰] 노동·정치·사람 김혜경 대표

작성자
raphael
작성일
2019-02-26 11:07
조회
2758

노동·정치·사람 김혜경 대표


인터뷰 고재성 편집위원장


Q: 안녕하세요 선생님,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A: 노동당 고문으로 작년 10월까지 정당활동을 이어오다가 지난 12월 이덕우 변호사와 함께 노동의 가치를 내걸고 ‘노동·정치·사람’을 창립하였습니다. 누구나 정치에 참여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사람을 아끼고 노동을 존중하는 사람들의 힘을 모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노동의 현장에서 들려오는 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하여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생기발랄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Q: 빈민들을 위한 일을 꾸준히 해오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시작이 궁금합니다.

A: 1969년 연세대학교 도시문제 연구소의 지역사회공동체 조직화 훈련을 받으면서 개미마을, 창신동, 청계천 판자촌 등에서 도시빈민들의 문제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었고, 이 일이 계기가 되어 도시 속의 가난한 이들과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1972년부터는 수도권도시선교위원회 소속으로 빈민지역 활동을 지원해오다가 1973년 가톨릭노동청년회 남부지역 지도신부였던 도요한 신부를 만나 빈곤한 이농민들과 철거민들의 집단 정착촌이었던 난곡(지금의 난향동, 옛 신림7동)을 소개받아 그곳 공소에서 먹고 자고 노동현장에서 일하면서 가난한 지역을 떠날 수 없는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천주교도시빈민회와 요셉의원의 창립도 주도하셨지요?

A: 급속히 빨라진 경제발달속도에 맞추어 서울시에서는 목동지역을 신시가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당시 목동은 세입자들이 세대주보다 많이 살고 있었을 만큼 인구 밀집도가 높았던데다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이주할 곳이 막막한 주민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도시개발로 인해 집을 잃은 도시빈민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주거권, 생존권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고, 주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당시 천주교는 ‘천주교도시빈민사목협의회’(뒤에 천주교도시빈민회로 개칭)를 설립하여 도시빈민들의 어려움을 함께 호소하고 해결하고자 노력하였고, 저 역시 ‘빈민운동의 대부’, ‘빈민의 벗’으로 불리는 제정구 선생님과 함께 도시빈민들의 생존권과 인권보호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였습니다.

CaSA 학생들의 지속적인 진료봉사로 단단히 유지되었던 난곡의료협동조합은 설립 10주년을 맞이할 때쯤 ‘학생들의 무료진료활동에 계속 기댈 수는 없으니 법의 보호 아래에서 활동하는 우리공동체만의 의료지원단체를 만들자’라는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선우경식 선생님을 초대원장으로 ‘요셉의원’을 설립하게 됩니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모금활동으로 설립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여 신림1동 시장 한 편에 터를 잡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되어 대상범위가 전국민으로 확대되면서 요셉의원은 노숙자, 신용불량자, 알코올중독자 등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진료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Q: 라파엘과의 인연이 궁금합니다.

A: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가톨릭동아리 CaSA에서 새로운 진료지역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의료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했던 난곡지역을 추천하였습니다. 당시 CaSA 학생회장이었던 고영초 선생(건국대병원 신경외과)과 지도교수진이 진료장소 물색을 위하여 방문하였고, 공소(가톨릭 미사집전을 위한 임시 성전)로 쓰이던 작은 건물을 진료소로 내어드렸습니다. 저는 집집마다 직접 찾아 다니며 진료소식과 장소를 안내하였고, 적극적인 CaSA 학생들의 봉사 덕분에 난곡진료소는 지역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달동네에서 내려오기 힘든 환자들을 위해서는 방문 진료리스트를 만들어 의사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10년동안 꾸준히 이어진 CaSA의 진료봉사는 난곡의료협동조합을 만드는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고, 더 나아가 의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한 요셉의원과 라파엘클리닉의 설립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Q: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공공성 증진을 지향하며 협동의 성과를 지역사회에 나누는 건강한 의료협동조합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고, CaSA가 시작했던 방문진료도 하나의 학문으로 나왔을 만큼 많이 발전하였습니다. 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 라파엘클리닉을 지켜보는 마음도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A: 오늘날 라파엘클리닉을 찾는 이주노동자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들을 보면 어려웠던 시절 우리네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사회가 발전한 만큼 복지도 발전하고 있고, 이제는 이주노동자들의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시민의식을 가지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하는 시기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연대를 가진 활동들은 행복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됩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라파엘에서 진행되는 ‘하림의 국경 없는 음악회’처럼 그들을 위한, 그들에 의한 시간을 마련하여 삶의 활력을 일깨워 줄 수 있는 기회가 라파엘을 통해 많이 생겨나면 좋겠습니다.

Q: 선생님께서 그리는 세상은 어떤 세상입니까?

A: 과거에는 절대적 빈곤이 문제가 되었다면, 현재는 상대적 빈곤 문제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사회정의를 위해 끊임없이 발전해 왔지만, 불공정에 대한 부분은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모두가 평등한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 현실이 자본주의의 어두운 이면으로 남아있는 상황 속에서 누구든지 차별 없이 일하고 자기 능력껏 일하면 되는 세상은 공동의 힘으로 노력한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자유롭지만 평화로운 세상’을 꿈꿉니다. 개인의 안정적 평화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서로 존중하며 평화를 유지하는 세상이 되려면 평등한 관계 속에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정치적 이념, 인종, 국가 등을 떠나 서로에 대한 이해가 폭 넓어지는 세상을 꿈꿔봅니다.

* 김혜경 대표의 난곡희망의료협동조합 이야기는 도서 '그 형편에도 같이 하는 게 좋더라'에서 자세하게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