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the Raphael Angel

 

[인터뷰] 서울대교구 유경촌 티모테오 주교

작성자
raphael
작성일
2018-12-24 15:23
조회
3666
1. 주교님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 근황이랄 것이 있을까요?(하하) 제가 담당하고 있는 서울대교구 동서울 지역을 둘러보고, 매월 진행되는 지구사제회의에 참석합니다. 종종 견진성사 집전을 위해 본당에도 방문하고요. 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을 담당하고 있어 14개의 위원회와 함께 할 일들에 대해 고민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2. 라파엘과 주교님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습니까?
: 2,000년대 초반 혜화동 성신교정에서 신학생들을 가르칠 당시 어느 신부님의 부탁으로 라파엘클리닉에서 미사를 집전하게 되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무료진료소가 동성고등학교에서 매주 열린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방문해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미사 후 마주한 진료소의 모습은 아주 열악하였습니다. 복도 한 편에 마련된 진료시설들과 길게 늘어선 수많은 환자들... 신학교에서 사회교리를 가르치면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교회의 관심에 대해 이야기 할 때면 라파엘클리닉의 무료진료 활동을 예로 들었기 때문에 특히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던 곳이었습니다.

3. 라파엘 창립20주년 기념미사에서 (이스라엘에서 온 노동자의 모습으로 나타나) 토비아를 도왔던 라파엘 대천사의 이야기를 언급하시며, 라파엘을 찾은 환우나 봉사자 모두 기적을 체험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깊은 뜻을 다시 한 번 듣고 싶습니다.
: ‘라파엘’은 ‘하느님의 명약’, ‘하느님께서 낫게 하셨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또, 하느님의 메신저로서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들을 드러내 보이는 ‘천사’의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주노동자들이야말로 천사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토비아는 눈이 안 보이는 아버지 대신 대금을 거두기 위해 떠났던 여정에서 자신을 이스라엘의 자손이며, 일자리를 찾아서 왔다고 소개하는 라파엘 대천사를 만나게 됩니다. 그 후 라파엘 대천사의 도움으로 대금을 받고, 아버지의 눈도 고치게 되는 등 많은 기적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라파엘클리닉 봉사자들 역시 봉사를 통해 오히려 행복지수가 높아지고, 보람을 느끼며 기쁘게 봉사하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야말로 이주노동자들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과 기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4.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을 듣고 그들의 필요를 이해하려면 그들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 이주노동자나 외국인 모두 우리와 같은 사람입니다. 대게 우리는 외적인 것으로만 서로를 판단하려고 합니다. 특히 라파엘을 찾는 환우들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로, 우리가 도움을 주는 것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돕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우리는 인격적으로 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돕는다 생각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사람 안에 하느님이 현존하심을 깨달아야 합니다.

5.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리 교회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현재 우리사회는 핵가족화로 인해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홀로 지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독거노인의 빈곤율이 높아지면서 나이가 들어서도 고된 노동을 해야만 하는 사회구조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또 얼마 전 고시원 화재 사건을 통해 도시에서 빈집과 미분양 아파트들이 넘쳐나는데도 불구하고 그곳에 살아야만 하는 이들의 실상도 조명되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많이 성장하였지만 내면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들과 함께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예로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난민 문제를 대하는 교황님의 말씀을 들어볼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1일 세계평화의 날 담화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하느님은 이방인을 사랑하시어 그에게 음식과 옷을 주시는 분이시다. 너희는 이방인을 사랑해야 한다. 너희도 이집트 땅에서 이방인이었기 때문이다.”라는 성경구절을 인용하며 세계 2억5천만의 이주민을 환대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해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예멘 난민 문제가 불거지면서, 난민에 대한 찬반 의견이 매우 첨예하게 나뉘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자매님의 사례가 방송에 소개되었습니다. 예멘 난민 가족을 자신의 집에서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한 것이었는데요, 기자가 찾아가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성당 주보에 난민을 도와주고 보호하라.”는 공지가 있어 그렇게 하였다고 답하였습니다. 저는 그 자매를 보면서 이것이야말로 ‘말씀을 실천하는 사랑’이 아닐까 생각하였습니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여론이 많았던 상황에도 불구하고, 난민 생활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예멘 가족의 상황을 함께 끌어안고 나누는 것을 보면서, 종교, 민족도 다르지만 오로지 ‘나그네 되었을 때 따뜻이 맞이하였다.’라는 말씀을 따른 자매의 용기에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통상적으로 교회는 성당에 오는 신자들을 대상으로만 사목을 펼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실 정치적, 종교적, 인종, 직업을 떠나 성당 관할구역 내의 모든 사람들이 사목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닫혀있는 공동체는 ‘우리’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우리 교회는 과연 ‘지역의 문제를 끌어안고 있는가?’에 대하여 반성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아직 천주교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작은 도움이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열린 눈으로 우리 본당 관내에 어떤 어려운 이들이 있는지 살피고 돌보아야 합니다. 이를 실천하고 있는 사례로 각 본당에서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예산’을 편성하여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나눌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사회사목 모범본당’을 지정하여 본당들의 귀감이 되고, 나눔을 활발히 실천하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본당 공동체 전체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6. 장기기증을 통한 생명나눔의 확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교님께서 생각하시는 장기기증의 가치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궁금합니다.
: 우리나라 국민들의 장기기증에 대한 관심도는 매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장기이식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연 500명대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교회는 생명을 나눔으로써 고귀한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에게 주목하고 그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남은 가족들의 심리적 부담과 걱정들을 보듬어주면서, 본당 신자들을 대상으로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7. 마지막으로 라파엘을 찾는 환우, 봉사자, 후원자에게 새해 덕담을 부탁 드립니다.
: 라파엘은 특별한 은총의 현장입니다. 나눔의 뜻을 지닌 분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생겨나고 지금까지 21년간 유지되고 있는 곳이지요. 이는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한 명, 두 명의 뜻이 모아져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사랑의 현장이 바로 라파엘입니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들과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며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우리에게 행복이고 기쁨일 것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하느님 사랑의 메신저로 왕성하게 활동해주길 부탁하면서, 하느님의 축복을 라파엘 가족들에게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