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천사 이야기

[인터뷰] 내 앞으로 오는 인엔에 최선을 다 할 뿐 - 숙대 약대 개국동문 이미선 약사

작성자
raphael
작성일
2020-09-28 14:07
조회
2502

"내 앞으로 오는 인연에 최선을 다 할 뿐"


숙대 약대 개국동문 이미선 약사



Q1. 안녕하세요 약사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성북동 하월곡동 88-427번지에서 ‘건강한 약국’과 ‘건강한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약사이자 사회복지사, 이미선입니다. 라파엘클리닉 약제팀에서 약사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Q2. 라파엘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라파엘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3~4년 전부터 입니다. 제가 숙명여대 약학대학 개국동문회에 속해 있는데, 저희 동문회가 라파엘클리닉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로 시작하면서 저에게도 참여 여부를 묻는 연락이 왔어요. 저는 연락을 받자마자 하겠다고 했고요^^ 일단 집에서 가깝고. 일요일 하루쯤은 시간을 낼 수 있어서 하겠다고 했어요. 외국인 노동자이니까 꼭 ‘도와야겠다’가 아니고, 그냥 저는 ‘내 앞으로 오는 인연’이니까 한 거예요. 저한테 연락이 닿은 것도 제가 선택한 것이 아니잖아요. 주님이 제 앞으로 끌어다 주신 인연이고, 저는 주님의 도구로서 최선을 다 할 뿐입니다.

Q3. 라파엘에서 봉사하는 것 이외에 다른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으시다고 들었어요.

A. 저는 개인 약국을 운영하고 있고, 약국은 미아리 텍사스촌에 있어요. 여기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성매매 집결지, 집창촌입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집창촌이었던 양동과 종로3가 지역이 60년대 말 단속으로 폐쇄되고 성매매 종사자들이  교통이 편리했던 하월곡동 근처로 모여들면서 만들어졌어요. 사람들이 무섭지 않냐고 많이들 물어보는데, 저에게 이곳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아름다운 고향이에요. 96년도부터 이곳에서 약국을 하기 시작했으니 벌써 24년 이란 세월이 지났네요. 약국을 운영하면서 정말 많은 성매매 여성들을 만났지요. 보통 약국은 몸이 아파 약을 사러 오시잖아요. 여기 미아리 텍사스의 여성들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다 아파요. 그렇다고 기댈 곳도 없으니, 제가 그녀들의 편이 되어주기로 했어요. 약도 지어주고 이야기도 들어주고, 후원금을 모아서 지원도 하고 있어요.
Q4. 약국을 운영하시면서 상담센터도 같이 하고 있으신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저도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는 저 먹고 살기 바빴어요. 전남편의 보증을 대신 서 줬다가 빚을 지게 되었고 신용불량자 상태였거든요. 그렇게 신산한 삶을 몇 년 보냈고, 약을 사러 오는 손님들 중에 어린 친구들과 또 다른 참 많은 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그들을 돕기 위한 일들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어요. 성매매 찬반 논쟁을 떠나서, 이 일을 하고 있는 여성들도 삶의 존재 자체가 이유인, 존중 받아야 하는 귀한 생명체인데, 그들 스스로도 이런 험한 일을 하다 보니, 자존감도 낮고 자기 비하를 끊임없이 해요. 마음이 아프니, 몸도 당연히 아픈 사람들이 많고요. 저는 그들의 마음 속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잘 들어줄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그래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상담센터도 운영하게 된 것이죠. 약을 사러 오는 손님보다 상담을 받으러 오는 손님이 더 많을 때도 있답니다.
Q5. 정말 다양한 일들을 하고 계시네요. 그런데 또 다른 활동도 하고 있으시다면서요?

A. 네. 지금 ‘바하밥집’이라고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급식소를 후원하고 있어요. 이번 추석에 특별한 명절 도시락을 드리려고 준비 중이고요. 도시락 준비를 위해서 ‘온라인 앵벌이’를 하기도 했어요.(웃음) 제가 사실은 직업이 하나 더 있어요. ‘펀딩기획자’요. 예전에 포털사이트의 스토리펀딩 프로젝트를 통해 후원금을 모아 성매매 여성들을 도울 수 있었거든요. ‘앵벌이’라는 표현이 너무 직접적이긴 하지만, 후원하는 것을 비하하는 단어는 전혀 아니죠. 주변에, 그리고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 대해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것, 그 행위를 나타내는 표현이랍니다. 나중에 ‘앵벌이가 주는 즐거움’을 주제로 글도 하나 쓰려고 해요^^ 그리고 보육원도 후원하고 있고… 아! 그리고 우연히 알게된 미혼모 가정도 돕고 있어요. 이번 주가 후원하는 미혼모의 아이의 세 번째 생일인데요. 사실 그 아이는 엄마가 아파서 자기의 생일을 처음으로 챙기는 기쁜 날이랍니다. 주말에 아는 기자님을 통해 사진작가의 봉사를 섭외했고, 나들이 겸 사진 찍으러 가기로 했어요. 아이가 신나 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싶어서 인터넷으로 장난감 몇 개도 주문했답니다.


Q6. 정말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데, 이렇게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는 비결이 있으신가요?

A. 그냥 어려서부터 정말 다양한 활동들을 해 왔기 때문에 지금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약대생 시절에 학생운동도 하고, 청계 피복 노조원들에게 무료 투약 봉사도 하고, 농촌 봉사활동도 했었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전혀 불편하지 않고 익숙해요. 그리고 타인의 감정에 이입하는 것이 좀 빨라요. 학생운동을 하면서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훈련이 되었어요. 선천적으로 타고 났을 수도 있고요. 그리고 저도 사람인지라, 남의 아픔을 그대로 다 안게 되면 분명 지쳐요. 그러나 저는 이 힘듦을 매일의 묵상으로 다스립니다. 항상 제 자리 옆에서는 묵상집과 성경책이 있어요. 묵상을 하게 되면 마음이 편해지죠. 그리고 노래도 부르고 놀러도 다녀요. 가끔은 저를 위한 선물도 하고요^^ 저의 오감을 깨우는 활동을 하다 보면 다시 머리가 반짝반짝 빛나게 되고, 계속 여러 가지 활동을 할 수 있는 지혜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지요.

Q7. 이제 이곳도 2-3년 후면 재개발이 진행된다고 들었습니다.

A. 네. 재개발이 확정되었으니, 수년쯤 뒤에는 저도 이 동네를 떠나게 되겠지요. 일단 다른 지역 약국에 가서 2년쯤은 돈을 벌다가, 시골로 내려갈 생각입니다. 지금은 8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방에 내려가면 좀 더 큰 규모의 약국을 얻어 한쪽에는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열 예정입니다. 배고프면 돈가스도 튀겨 주고, 비빔국수도 말아주고, 그리고 지금처럼 주민들을 위해 뜨개질 수업, 천연비누 강좌도 하고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 전까지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할 거예요.

Q8. 라파엘 봉사자로서, 라파엘이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할까요?

A. 건강한 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단체 구성원들의 마음가짐,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도움을 주는 사람과 그 도움을 받는 상대방은 동등한 위치에서 있어야 하거든요. 절대 시혜를 베푼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내가 가지고 있고, 할 수 있는 것 중에 상대방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공유하는 것뿐이니까요. 그렇게 생각해야만 건강한 봉사활동을 유지할 수 있어요. 라파엘에 오는 이주노동자들은 대다수가 위축된 상태로 클리닉을 찾아와요. 그럴 때 더 겸손한 자세로 그들을 대하는 배려가 있어야 해요. 라파엘클리닉에서 봉사자 교육을 할 때, 이런 부분에 대해서 봉사자들에게 알려준다면, 라파엘은 계속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라파엘은 최고랍니다^^